각국 중앙은행이 또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일 양적 완화(QE) 실험을 끝내는 첫걸음을 내디뎌서다. Fed는 양적 긴축(QT)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Fed 점진적 양적 긴축 시작에
ECB·영국은행도 합류할 듯
NYT “당장 시장 큰 변화 없을 것”
이주열 “셈법 복잡해 고민 깊어져”
2008년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의 격랑 속에서 키를 잡은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 완화정책과 각종 부양책을 동원해 난파선을 구해냈다.
문제는 돈이 많이 풀리면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과 자산 거품 등 경기 과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느슨하게 열어뒀던 돈줄을 죌 때가 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가 금융위기 시대의 부양책을 던져 버리고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Fed가 연 ‘양적 긴축’을 이어갈 다음 주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될 공산이 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적 긴축과 관련한 결정이 아마도 10월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ECB는 최근 개선된 경제 상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올려잡았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도 양적 긴축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크 카니 총재는 지난 14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 직후 향후 기준금리 인상 계획을 밝히는 등 긴축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시행해 온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의 연금술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였다. 소방수 역할을 맡은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의 자산매입을 통해 경제 구하기에 나섰다. 2008년 이후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실시하며 돈줄을 풀었다. ‘헬리콥터 벤’의 등장이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의 채권을 사들이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돈의 가격(금리)보다 돈의 양을 강조한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12년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2008년 12월부터는 금리를 더 이상 인하할 수 없어 전통적 통화정책을 쓸 수 없는 탓에 뭔가 다른 조치가 필요했다”며 양적 완화를 동원한 이유를 밝혔다.각국 중앙은행도 Fed의 행보를 따랐다. 일본은행도 아베노믹스의 시행과 함께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섰다. 유럽재정위기에 직면한 ECB도 2014년부터 대규모 채권 매입에 나섰다.
그 결과 각국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는 큰 폭으로 부풀어 올랐다. FT에 따르면 ECB의 총 자산 규모는 4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은행의 자산도 4조53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시장의 긴장감은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 듯 보인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적 긴축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Fed의 양적 긴축이 돈을 빌리는 비용을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시장은 당분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양적 긴축이라는 새 이벤트가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미 경험도 있다. 2013년 버냉키 Fed 의장이 테이퍼링(긴축)을 시사하자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등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친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다시 깊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국내 경기와 물가 경로가 중요하고 북한 리스크가 있는 만큼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해 한미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면 통화정책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통화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출처: 중앙일보] 세계 경제 ‘양적 완화’→‘양적 긴축’ 가보지 않은 길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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