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민 대폭 축소?… 의회 연설서 ‘메릿베이스’ 언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밝힌 ‘메릿베이스(Merit-Based)’ 이민 정책은 미국의 기존 이민 시스템과 차이가 큰 제도다.

현재 미국의 이민 제도는 가족이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가족을 초청하는 방식인데,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붐을 이룬 한인들의 이민이 주로 가족이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 메릿베이스 정책이 시행되면 가족이민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메릿베이스는 이민 신청자의 경제·사회적 자립 능력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과거 영주권을 비교적 쉽게 받는 부류가 시민권자의 가족이었다면, 메릿베이스 정책으로는 학력이 높고 영어를 잘하고 이민 후 곧바로 취업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우선권을 갖게 된다.

미국은 2001년 이후 매년 평균 100만 명의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발급하고 있다. 이중 70%가 가족초청에 의한 이민이고, 15%가 취업이민이다. 나머지 15%는 망명이나 난민 등 인도적 차원의 이민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메릿베이스 이민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의 통계를 보면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메릿베이스 이민 정책을 도입한 호주의 경우 지난해 영주권을 받은 총 26만2000여 명의 외국인 중 절반 이상(57%)이 기술을 가진 인력이었다. 가족초청을 통한 이민은 34%였고, 인도적 이민은 9%였다.

이 같은 이민 정책으로 인한 긍정적 요소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소식을 전한 가디언은 1일 호주이민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인구 증가뿐 아니라 근로 참여도와 취업, 임금과 소득 등 여러 방면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메릿베이스 이민 정책을 강조한 배경도 이 같은 긍정적인 사회·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특히 메릿베이스 이민 정책이 과거 연방의회에서 추진됐던 사안임을 감안하면 시행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3년 상원에 상정됐던 이민개혁법안(S744)에 이민청원 자격을 점수화해 고득점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메릿베이스 포인트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이민 신청자를 등급별로 나눠 고학력자나 취업이 보장된 기술자 등에게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개혁법안에는 가족이민 범주를 두 개로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었다. 하지만 상원만 통과하고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반면 하원에서는 대럴 이사(공화·캘리포니아 49선거구) 의원이 메릿베이스 이민 정책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이공계 전공자 전용 영주권 5만5000개를 신설하고 가족이민 영주권 4만 개를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지금도 계류 중이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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