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막자’ 대책 쏟아내는 중국…”기업부채 비율 상승 절대 불허”

중국, 철강∙석탄 이어 새해 과잉공급 억제 업종 확대, 그림자금융 은행 장부 편입

지방정부 부채 자체 책임제 시행…국유기업 지분 등 국유자산 감축 가이드라인 제시

사례1: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은행들의 신규대출이 12조 5600억위안(약 2135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연간 사상 최고치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대규모 대출 확대 부양책을 내놓은 2009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작년 12월 은행 신규대출도 1조 400억위안(약 176조 8000억원)으로 전달(11월)의 7946억위안(약 135조 820억원)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 7000억위안(약 119조원, 로이터 설문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폭발적인 부채급증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정부가 대출 부양책을 취한 결과라는 게 SCMP의 분석이다. 쉬샤오스(徐紹史)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 주임(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7%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정부의 지난해 성장률 목표는 6.5%~7%였다.

사례 2: 지난해 중국 채권 시장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경우는 61건으로 369억4400만위안(약 6조2804억8000만원)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제참고보 등 중국 언론이 전했다. 2014년(6건·13억4000만위안)과 2015년(22건·124억1000만위안)을 합친 것보다 많다.

장쉬(張旭) 광다(光大)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채권 신용사고가 대부분 지방정부와 발행 주간사 협조로 큰 위기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새해엔 채권시장의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금융리스크가 가시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작년말 새해 경제운용 밑그림을 짠 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금융리스크 방지를 우선 순위에 놓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이 기업 부채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위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 부채비율 상승 불허 ▲국유자산 감축 위한 혼합소유제 개혁 가속▲과잉공급 억제 업종 확대 ▲그림자금융 은행 장부 편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의 금융을 총괄하는 인민은행 은행∙증권∙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 일명 ‘1행3회(一行三會)’가 각각 새해 전체 업무회의에서 “시스템리스크 발생을 막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한다”고 일제히 강조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12월말 1.81%로 2015년말 1.67%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2009년 1분기말 2.04% 이후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왕원(王文) 인민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말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40%에 달했을 때도 위기가 오지 않았다”며 위기론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양웨이민(楊偉民) 중국 공산당 재경영도소조 부주임(차관격)은 “기업부채가 100조위안(약 1경7000조원)을 넘었다. 금리 4%로 계산하면 연간 지급 이자가 4조위안(약 680조원)으로 2015년 중국 GDP 증가분에 이른다”며 “이런 수준이 장기화하면 산업 공동화 시대에 조기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기업부채를 급격히 줄일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학부위원은 “기업부채를 급하게 줄이려 하다간 경제성장률을 낮춰 부채 비율을 되레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6.5%로 작년(6.7% 추정)보다 둔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 증권 보험 감독기구가 일제히 새해 업무회의에서 시스템 리스크 발생을 막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한다고 천명했다. 인민은행 전경./블룸버그

◆ 쉬 발개위 주임 “기업부채 비율 상승 절대 불허”

중국은 올해 기업 부채비율 상승을 절대 용인하지 않기로 했다. 쉬샤오스 주임은 “중국의 전체 부채비율(GDP 대비 기준)은 미국 수준인 250% 안팎으로 일본 스페인 프랑스 영국보다 낮다”면서도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이 150% 내외로 (다른 나라에 비해)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개시하고 올해 심화하기로 한 공급측개혁의 5대 과제중 하나인 디레버리징(부채비율 축소)과 관련,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의 상승을 반드시 억제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 절대 이를 수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쉬 주임은 부채비율 감축 방안으로 대출채권 출자전환을 꼽았다. 쉬 주임은 “작년 10월 기업 부채비율 감축 방안을 내놓은 이후 공상 농업 중국 건설 등 4대 국유상업은행이 신다자산 같은 산하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석탄 철강 비철금속 건설엔지니어링 교통운수 등의 영역에서 23개 기업과 대출채권 출자전환 을 협의했으며 규모가 3000억위안(약 51조원)을 넘어섰다”며 “올해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채비율 상승은 기업부채 증가가 주도하고 있다(은행 정부 가계 기업 부문별 GDP 대비 부채비율). /블룸버그

◆국유자산 감축…혼합제 소유제 개혁 가속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는 “부채 문제는 국유자산 처분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이해관계가 걸린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시행이 어려워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무원이 11일 발표한 ‘정부 자원배분 방식 혁신과 관련한 지도의견’이 이 같은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지침은 부실대출 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국유자산 감축 방안을 담았다.

비효율적인 국유자산 처분을 가속화하고, 국유자산 증권화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증권과 지식재산권 거래 시장을 통해 국유자산을 처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적시했다.

또 국유자본의 퇴출시스템을 보완해 국가가 금융기구에 대해 보유한 지분의 합리적인 비율을 연구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구에 대한 통제력은 유지하지만 다른 금융기구에 대해서는 시장화 원칙에 따라 지분 구조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국유기업의 일부 지분을 민간(외자 포함)에 양도하는 혼합 소유제 개혁이 금융 영역에서도 빨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부채 위기의 또 다른 잠재리스크로 지목받는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제를 시행해 국유자산 처분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지방정부의 부채를 중앙에서 책임져주지 않기로 했다”며 “일부 도시가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지만, 부채 축소를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31개 성과 시 가운데 28개 지역이 이달 중 올해 지역 경제 운용방향을 확정하는 인대(人大,인민대표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궈진(國金)증권은 혼합소유제를 포함한 국유기업 개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간쑤성(甘肅省)은 올해 정부공작보고에 혼합소유제개혁을 돌파로 국유자산 개혁을 추진한다는 대목을 넣었고, 허베이성(河北省)도 국유기업 개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적시했다.

14~15일 열리는 상하이 인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는 2013년 12월 전체 31개 성과 시 가운데 가장 먼저 지역 국유기업 개혁 방안을 시행한 곳으로 국유기업 개혁 방향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잉공급 억제 대상 철강 석탄 이어 타 업종으로 확대

중국은 기업부채 비율 감축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좀비기업 정리를 가속화하기 위해 생산능력 감축을 강제하는 과잉공급 업종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철강과 석탄 2개 업종을 대상으로 생산능력 감축목표(철강 4500만톤, 석탄 2억5000만톤)를 달성한 중국은 올해 다른 업종으로도 이를 확대하기로 했다.

쉬 주임은 “공장 가동률이 매우 낮고, 과잉생산능력이 비교적 엄중한 업종이 생산능력 감축 대상에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철강과 석탄에 대한 올해 감축방안은 춘제(春節∙설)이전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새해 춘제 연휴는 오는 27일 시작해 2월2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쉬 주임이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업계가 자발적으로 생산능력 감축에 나섰다고 언급한 시멘트 평판유리 선박 등이 철강 석탄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원은 작년 12월 ‘정부 인허가 투자프로젝트 리스트(2016년본)’을 통해 철강 석탄 시멘트 평판유리 선박 알미늄 등 과잉공급이 심각한 업종의 신규 증설을 불허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림자금융 올해부터 은행 장부에 편입

중국에서 은행의 자산관리상품이 새해부터 은행 대차대조표에 편입되는 등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한커우은행 /조선비즈

은행 자산관리상품(WMP)과 P2P 대출 등으로 대표되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도 부채위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중 하나다. 인민은행이 올 1분기 은행의 거시건전성평가(MPA)의 평가지표에 WMP를 포함시키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WMP를 은행 대차대조표의 리스크 및 신용 확대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시켜 은행의 장부외 자산을 통한 신용확장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승용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차장은 “WMP로 모집한 자금은 채권, 대출, 주식 등에 투자되고 있어 우회적인 신용공급효과가 있는데도 회계상 부외 항목으로 관리되고 있어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은행 대차대조표에 들어올 WMP 규모가 13조위안(약 22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그림자금융 규제가 기존 금융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등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급격한 그림자금융 규제가 되레 부채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그림자금융의 주요 자금원 중 하나인 P2P대출 등 인터넷 금융에 대한 규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국무원은 작년 10월 ‘인터넷 금융 리스크 정돈 업무 시행 방안’을 발표하고 인민은행 등 17개 부문이 손잡고 핀테크에 대한 금융 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인터넷 금융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16년 말 중국 전국 P2P대출 잔액은 1조2100억위안(약 20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9%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라미드 사기로 드러나는 등 문제가 생겨 야반도주하거나 현금 인출을 해주지 못한 P2P대출 업체가 지난해에만 938곳에 달했다. 그림자금융은 주식과 부동산 상품 시장의 투기에 동원되면서 자산 거품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받아왔다. 은감위는 새해 방지 대상 리스크중 하나라 인터넷금융 리스크를 꼽았다.

국제금융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2016년 6월말 현재 중국의 그림자금융 총액은 58조위안(약 9860억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2%에 달했다.

◆부채위기 선제 대응 실효 두고봐야

중국의 부채위기 차단 노력이 실효를 거둘지는 두고봐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장청후이(張承惠) 금융연구소 소장은 작년 12월28일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현재 금융리스크를 처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은 근본적으로 금융리스크를 제거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리스크 발생을 뒤로 미뤄 금융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10일 내놓은 ‘중국 은행권 출자전환 시행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향후 3년간 대출채권 출자전환 규모가 1조위안(약 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연간 1000억~2000억위안, 총 5000억위안(약 85조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자전환에 한계기업을 배제하고 (지방)정부 개입을 제한하기로 한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질 지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지적이다. 올해 가을 공산당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각 지방에서 대대적인 승진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기업의 경쟁력 보다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잣대로 대상 기업을 선정해 출자전환에 나서도록 은행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부채위기 우려를 높인다. 코메르츠뱅크의 저우하오 이머징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은행 대출 증가율은 13% 수준인데 경제성장률은 6.7~7%에 머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같은 수준의 대출 증가율이 더 낮은 성장률을 이끄는 것으로 대출이 덜 생산적이고 덜 효율적이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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