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되면 1000억불 이상 풀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규제 완화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미국 6대 은행으로부터 1000억 달러 이상 자금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월가의 분위기가 잔뜩 고무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월가의 금융 규제가 완화될 경우 1000억 달러 이상의 완충자금을 주식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등은 금융 규제당국의 요구에 따라 위기에 대비한 완충자본 1015억7000만 달러를 사내에 쌓아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범위를 18대 은행으로 넓히면 완충자본은 120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월가 규제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행주들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대선 이후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2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지수는 7.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 재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난 3일 JP모건 체이스와 시티그룹 등의 주식은 3% 이상 뛰었다. 도드-프랭크법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제정된 금융규제강화법이다.

금융권의 완충자본은 도드-프랭크법에 따른 강제 규정이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 등 금융 규제당국이 국제금융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자기자본 규제 표준을 미국 은행들에게 적용한 것이다.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270억 달러 정도의 완충자본을 쟁여놓고 있다. JP모건과 웰스파고 은행은 각각 200억 달러와 160억 달러의 완충자본을 쌓아놓고 있다.

은행들이 쌓아놓고 있는 완충자본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은행과 투자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우선 은행들은 주주 배당액을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돈을 풀 수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게 되면 주당 순이익(EPS)이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기대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는 대형은행들이 완충자본 전액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을 경우 내년 이들 은행들의 EPS는 평균 13%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CLSA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마요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미국 은행의 지불금(payout)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65%에서 2019년엔 8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주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는 자본의 규모가 2015년 700억 달러에서 2019년 11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되면 주주들은 반길 수 있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불안해질 수도 있다. WSJ는 대형 은행들이 수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붓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월가 일각에서 도드-프랭크법 폐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인 젭 헨살링(공화당, 텍사스)은 ‘파이낸셜 초이스 액트 2.0(Financial Choice Act 2.0)’로 명명된 법률안을 이번 주 의외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률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도드-프랭크법을 무력화시키는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세부 방안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발효된 도드-프랭크법을 무효로 하기 위해서는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WSJ는 ‘파이낸셜 초이스 액트 2.0(Financial Choice Act 2.0)’ 법안이 공화당 주도의 하원을 통과하는 것은 수월하겠지만 상원을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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