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적발 이민자 추방 현실화

경범죄 단속에 걸린 이민자들의 추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인터넷 매체 옵저버는 “수일 전부터 로어맨해튼에 있는 맨해튼 형사법원의 인정신문 담당부서와 경범죄 전담 법정에 최소 두 번 이상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 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최소 한 명을 연행해 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ICE의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범법·불법체류 이민자 단속·추방 강화 정책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옵저버에 따르면 기존에는 중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불체 이민자를 중심으로 ICE 단속 요원의 ‘관여’가 이뤄졌지만 최근 단속·추방 정책이 강화된 이후부터는 형사 고발 초기 단계 또는 경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단순 범죄의 경우에도 ICE가 직접 해당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형사법 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뉴욕카운티 변호 서비스(New York County Defender Services)’의 스탠 저먼 사무총장은 “소속 변호사가 지난 19일에는 해당 법원 인정신문 담당 부서, 21일에는 경범죄 전담 법정에 ICE 단속 요원이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인정신문이 끝난 후 경범죄 폭행 혐의를 받고 있던 한 명을 연행했고, 다른 한 명은 황급히 법정을 떠나 체포를 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죄가 확정도 안 된 상황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법정에 출두한 클라이언트를 ICE 단속 요원이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CE 측은 19일 인정신문 담당부서에서 일어난 체포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21일 경범죄 전담 법정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때때로 특정 사건 용의자일 경우 ICE 단속 요원을 보내 해당 이민자를 체포·구금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21일 국토안보부(DHS)가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단속 강화 행정명령 시행 세부지침에 따르면 ▶어떠한 범죄이든 유죄가 확정된 경우 ▶현재 형사상 범죄 혐의를 받고 있을 경우 ▶형사상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사기 또는 정부 부처를 상대로 의도적으로 속였을 경우 등 단속 및 우선 추방이 될 수 있는 대상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단순 교통법 위반만으로도,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때는 물론이고 기소되거나 범죄 혐의만 받고 있어도 추방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는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중범죄자와 안보에 위험을 끼치는 인물들로 우선 추방대상을 국한시켜왔다.

실제로 ICE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퀸즈 출신 살바도르 국적의 매퀴스 벨라스퀘즈를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벨라스퀘즈는 경범죄로 체포된 후 라이커스 아일랜드에 수감돼 있다가 ICE로 신병이 인도됐다. ICE는 벨라스퀘즈가 2급 안전 위해와 4급 불법 무기 소지, 풍기 문란 등의 전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뉴욕시의 경우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라 경범죄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시 정치권에서는 연방정부의 이민자 단속 추방을 줄이기 위해 경범죄 단속을 완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로리 랜스맨(민주·24선거구) 뉴욕시의원은 21일 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빌 드블라지오 시장의 ‘깨진 유리창의 법칙’ 단속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 추방 정책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드블라지오 시장은 지금 당장 일선 경찰에 경범죄 단속으로 인한 체포 대신 민사 위반 티켓을 발부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방의 타겟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민자들을 형사법원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지침에 따르면 형사상 위반 티켓뿐만 아니라 민사 티켓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는 실정이다.

ICE에 따르면 2015~2016회계연도에는 24만255명이 체포 또는 추방됐는데, 이 중 17만4923명은 국경 밀입국을 하다가, 6만5332명은 미국내에서 이뤄졌으며, 대부분은 유죄 평결을 받은 범죄자였다.

서승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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